-
Notifications
You must be signed in to change notification settings - Fork 0
Description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드는 생각은 "내가 그 업계에 있지 않으면 말하지 말자"라는 거야.
어릴때는 말하기 쉬웠어. 비판하기 쉬웠지. "나한테는 미래라는 게 있고, 난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어"라는 걸 깔고 시작할 수 있으니.
이제 나이를 먹으니 비판하기가 어려워졌어. 내가 뭔가를 비판하려면 "내가 하면 다르게 만들 수 있나?"를 먼저 고민하게 돼.
새로운 걸 만들어내기는 커녕, 1등을 흉내내기도 어렵다는 걸 알아버린거지.
모든 일에는 '어른들의 사정' 이 있다는 걸 알게된 건 2013년 즈음에 출판사를 차리면서야.
2010년에 책을 썼어. 인세로 10% 부당해 보였어. 직접 출판사를 차렸지. 메르세데스 한 대 날려먹으면서 얻은 경험이야.
책을 계산하기 쉽게 만원이라고 치자. 내가 서점에 납품하는 가격은 50% 수준이야. 어? 유통비용이 50%? 응. 서점입장에서 생각해볼까? 고객 적립 10%, 할인 10%, 월세 25%(센트럴시티 사례). 나머지 5% 가지고 직원 월급 줘야해. 만만치 않지?
그럼 내가 가진 50%는 어떻게 쓰나? 1000권 수준에서 생각해보면 인쇄비가 10%, 편집직원 인건비 15%, 25%남지? 여기에 저자 인세 10%주고 나머지 15%로 창고비 내고 회사 운영해야해. 저자 입장에서보면, 글만 쓰고 10% 가져가는 게 나쁜 장사가 아냐.
어떤 일이든 바깥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건 차이가 있어.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인앱결제도 마찬가지야. 30% 수수료가 갑자기 카드 수수료 수준의 3~4%로 떨어질 걸 기대한다면 순진한 거.
아이폰 원가 계산도 마찬가지. 새 아이폰 나올 때 마다 원가 계산해서 300달러 원가 아이폰을 1500달러에 팔아먹는다고 도둑놈 취급하지? 그래, 이런 어이없는 말은 초딩 졸업하면 안 하지. 스타벅스 커피 원가가 50원도 안하는데 5천원 받아먹잖아.
물론, 현실에 대한 불만이 있어야 혁신이 나와. 인정. 하지만 투정으로 그치지 말고 현실을 깊게 들어다보고 고민해 보길 바라.
농산물 유통에 대해 이야기하지? 중간 도매상들과 소매상들이 도둑놈처럼 폭리를 취해서 그렇다고. 그렇게 생각하면 직접 밭떼기를 해 보면 됨. 배추밭에 가서 농부랑 직접 계약하고 아파트 마당에서 팔아보면 됨. 그럼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알게됨. 잘 하면 비지니스를 만들수도 있고.
직접 이런 일을 하다보면 정부의 규제도 만나게 되고 복잡한 일들을 많이 겪게 될 꺼야. 정부 규제를 만나면 욕하지말고 그런 규제가 왜 생겼는지, 규제가 없으면 어떤 양아치들이 있을지를 고민해 봐.
이제 어린이가 아니니까.